스타니슬라브스키의 성격구축(BUILDING A CHARACTER)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성격 구축


모든 예술에는 그 나름의 표현 수단이 있다. 시인은 말을, 음악가는 소리를, 화가는 색깔을 가지고 있다. 배우의 수단은 인간의 행동이며, 우리가 보아 왔듯이 행동이란 심리신체적인 과정이다. 관객들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그 신체적 행동을 통해 사람을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체적 행동을 통해 무대 위의 등장인물에 대해 알게 된다. 그러한 신체적 행동은 목표에 의해 결정된 것들이다. 행동은 등장인물이 주어진 순간에 무엇을 하며 왜 하는가를 설명한다. 모든 (심리적인)목표는 신체적으로 표현되며, 역으로 모든 신체적 움직임에는 목표가 있다. 움직임은 그 사람의 관심, 취미, 버릇, 분위기를 드러낸다. 인간의 복잡한 심리적 생활은 단순한 신체적 행동을 통해 나타난다. 사람의 신체적 행동의 논리는 그 사람의 내면의 경험을 이해하게 해준다. 심리와 신체의 결합이 없다면 역할은 구축될 수 없다. 배우가 자연의 법칙을 따를 때 무대 위의 삶은 창조된다. 배우에게, 자신이 표현하는 등장인물을 행동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일은 중요하다. 두 시간 반 동안 배우는 무대 위에서 '인간 정신의 세계'를 표출해야 한다. 그러므로 매 순간마다 배우들은 그 삶을 표현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배우의 작업의 창조적 과정은 행동을 선택하는 과정이며, 스타니슬라브스키 시스템의 모든 부분은 그 과정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어떤 행동이 등장인물을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것은 예술적으로 옳은 것이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틀린 것이다. 행동은 우연적이거나 불필요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행동은 희곡과 역할의 주된 사상에 따라 선택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행동의 선택은 등장인물이 구축되는 토대가 된다. 어떠한 행동을 수행함으로써 배우는 한 사람의 등장인물을 구축한다. 또 다른 행동을 수행함으로써 그는 다른 등장인물을 구축한다. 행동의 가치는 그것이 표현하는 내면의 내용에 달려 있다. 어느 분명한 등장인물을 구축하기 위한 행동을 선택하는 과정에 숙달했을 때 배우는 진정한 배우가 된다고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말했다. 만일 목적이 없다면 무대 위의 행동은 희곡의 본질로부터 관객의 관심을 흐트려 놓을 뿐이다. 행동은 목적에 따라 결정되는데 그 목적이란 개개인의 생활을 표현하는 것이다.



진실된 행동을 하기 위하여 배우는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행동이 일어나는가' '누구와 행동을 하는가' '무엇을 위하여 행동을 하는가'라는 질문들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배우는 무든 주어진 상황을 세세하게 알아야 한다. 등장인물이 무대에서 매 순간 무엇을 하며 왜 하는지를 배우가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때 역할은 준비되는 것이다. 행동은 인간의 정신 세계를 구체화하며 관객에게 등장인물의 버릇, 분위기, 취향 등을 알려준다. 배우는 각 등장인물마다 독특한 행동의 논리를 창조해야 한다. 모든 행동에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각 사람의 행동의 논리는 개별적이며 오직 그 사람에게만 적합하다. 예컨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을 때 사람들은 창문을 열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배경과 관심거리가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창문을 열 것이다. 사람들의 내면 세계의 매 순간의 움직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반응들은 모두 독특하다. 각 등장인물의 행동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배우의 직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작가의 의도에 대한 배우의 면밀한 분석에 의해, 또한 그 등장인물에게 가장 특징적이며 전형적인 행동이 무엇인가를 찾는 배우의 능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앞에서 보았듯이 스타니슬라브스키는 행동을 말로 정의하는데 대단한 중요성을 부여하였다. 왜냐하면 그러한 정의는 배우를 역할과 희곡 전체에 대해 생각나고 공부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배우의 예술이란 희곡 속에 있는 행동의 논리를 아는 것이며 그 행동들을 일관된 순서에 따라 한 줄로 배치하는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행동은 희곡과 역할의 주된 사랑을 충족시키는데로 이끌어져야 한다.


초목적인 해결로 이어지는 등장인물의 행동의 지속적인 흐름은 역할의 전망(perspective)을 형성시킨다. 그러한 전망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무대 작업에서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배우가 역할 속에서 하는 모든 일들의 조화로운 관계와 배분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배우는 등장인물의 생활의 전망과 자기 자신의 전망을 분명하게 구분하여야 한다.) 전망을 가지고 있을 때 배우는 역할의 다양한 순간에 다양성과 대비, 색채와 음영 등을 줄 수 있다. 배우가 자기가 맡은 역할의 모든 요소를 극 전체를 위하여 조화롭게 배분한다면 그의 역할은 논리적으로 될 것이다.


등장인물의 태도는 작고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행동은 일상 생활에서처럼 사람의 템포와 리듬 속에서 일관되게 수행되어야 하며 실제 생활에서 요구되는 것과 같은 집중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관객은 구체적인 행동에만 관심을 가진다. 단순하고 정확하고 진실되게 수행되는 신체적 행동만이 관객에게 가장 큰 인상을 준다. 행동을 충족시키는 배우의 능력에 대해 스타니슬라브스키가 부여했던 큰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행동은 배우를 등장인물의 내면의 세계로 이끈다. 행동을 진실하게 수행한다는 것은 무대에서 살아 있음을 의미한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말(word)을 심리신체적 행동의 신체적 측면이라고 불렀다. 마음속의 이미지와 '내재된 의미'―우리로 하여금 말하게 만든, 말 속에 숨어 있는 의미―는 행동의 심리적 측면이다. 스타니슬라브스키에 따르면 내재된 의미란 역할의 말의 밑바닥에서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인간 정신의 내면적 생활'이다. 내재된 의미는 '행동의 일관된 흐름'이 행동의 영역에서 지니는 것과 같은 기능을 대사의 영역에서 지닌다. 말은 무대 위에서 주어진 순서의 일부분일 뿐이고 사고, 이미지, 그리고 이러한 내면적 과정의 신체적 표현으로부터 태어난다. 등장인물의 태도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일상 생활에서 억양은 사람의 태도를 나타낸다. 말을 가지고 연기하면서, 배우는 동료 배우의 귀가 아니라 '눈을 향해'말을 해야 한다. 배우는 마음속으로 이미지를 보아야 하고 그것을 상대 배우에게 전달해야 한다. 배우는 그것을 집에서 준비해야 하며 연습할 때 검증한다. 만일 이러한 이미지를 무시한다면 배우는 움직임만을 사용할 때와 같은 실수를 하게 된다. 만약 이미지를 전달하고 행동을 충족시키면 배우는 활발해지고 그의 감정은 자극을 받는다. 이미지는 점점 자세해지고 풍부해질 것이다. 만일 배우가 말이 자기 자신의 것이 되기를 원한다면, 그는 작가가 등장인물에게 그 말을 하게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등장인물의 대사는 배우가 그것을 필요로 할 때, 즉 그 말을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그 목적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할 때 살아 있는 것이 된다. 배우가 자신이 행동을 수행하기 위해 솔직하고 정열적으로 노력한다면 그의 말 '활발해지고' 관객은 그가 뭘 말하려 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배우의 마음속의 이미지와 발음과 목표의 표출 및 활달한 단어 사용을 통해 억양은 다채로워진다. 기계적 암기는 상상력을 죽인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우물쭈물하며 시작되는 말은 머리가 뭉개진 사람과 같다. 마지막이 분명하지 않은 말은 다리가 잘린 사람을 연상시킨다. 소리와 음절을 대충 발음하는 것은 부러진 이, 다친 눈, 귀와 같다.


"말을 보물처럼 여겨라."라고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말했다. 활기찬 말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강한 수단이며, 성격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신체적 행동 가운데 가장 표현력 있고 가장 가치 있는 수단이다. 말은 신체적으로 표현된 사고와 느낌과 이미지의 산물이다. 배우에게 말이란 언어적 행동(verbal action)이다.


즉 말을 할 때 배우는 말을 통한 행동의 과정 속에 있는 것이다. 언어적 순서는 그 목적에 의해서 결정된다. 말은 다른 사람의 지성, 상상력, 감정에 영향을 준다. 배우는 다른 배우에게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에 대해 영향을 줄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배우의 대사는 논리적이고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배우는 자기가 맡은 역할이 겪게 되는 모든 사건의 내용을 분석해야 하고 그의 행동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믿게 한다. 위로한다, 꾸짖는다 등등.) 어떤 생각이 가장 중요하며 어떠한 논의를 통해 그것을 증명할 것인가를 알아야 하며 각 문구마다 어느 단어가 사고의 표현에 가장 중요한가를 알아야만 한다. 만일 상대역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내야 하는지를 안다면 배우의 말은 언어적 행동이 될 것이고 감정을 "말한다는 것은 연기한다는 것이다."라고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말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 우리는 먼저 듣고, 그 들은 것의 이미지를 본다. 그러면 우리의 몸은 이러한 내면의 과정을 표현한다. 말로써 상대역에게 영향을 주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배우는 자기가 맡은 등장인물을 드러내게 된다. 배우가 말하는 것을 관객이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단지 배우의 발음이 부정확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언어적 행동은 신체적 행동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배우들에게 희곡과 작가의 정신을 철저하게 연구하기를 요구하였다. 배우는 희곡의 주된 사상을 이해해야 하며 자신을 전체 중의 한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역할에 대해 작업을 한다는 것은 희곡의 정신적 내용을 연구하고 내용이 파생되어 나 '알맹이'를 이해한다는 뜻이다. 희곡의 본질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이 알맹이이다. 작가의 주된 사상을 이해한 다음에야 배우와 연출가는 장차 하게 될 공연의 등장인물을 보고 느끼기 시작한다. 주된 사상은 희곡의 척추이고 맥박이며 등장인물은 그것의 한 요소이다. 배우는 줄이어 일어나는 희곡의 사건 속에서 자신의 임무를 알아야 하며 주된 사상을 살려낸다는 자신의 책임을 알아야 한다. 배우가 명확히 알아야 할 자기 역할의 주제 속에서 모든 세부 묘사, 생각, 몸짓은 희곡의 주된 사상의 빛으로 물들어야 한다. 배우는 등장인물에 대하여 성급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무대에서 보여지는 몇몇 순간들은 등장인물의 삶 전체와, 심지어 미래에까지 연결되어 있다. 배우는 극작가가 겪은 것과 같은 창조적 과정을 겪어야 한다. 배우는 상상 속에서 등장인물의 삶을 완벽하게 그려야 하며 일관되고 논리적이며 단절되지 않은 사건의 흐름을 보아야 한다.


네미로비치 단첸코는 무대 위에서 보이지는 않으나 분명히 느껴지는 등장인물의 삶 전체를 '두번째 계획'(second plan)이라고 불렀다. 등장인물의 일생을 통해서 그에게 영향을 미친 모든 경험들이, 배우들이 올바르게 역할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위대한 극작가들이 믿는 것을 신봉하였다. 그것은 바로, 등장인물을 살아 있는 인물처럼 취급하면 등장인물은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심지어 작가가 기대하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스타니슬라브스키에 따르면 배우의 살과 영혼이며, 등장인물과 배우의 모든 정신적 신체적 요소의 결합으로부터 탄생한다. 오직 그러한 새로운 존재만이 살아 있을 수 있으며 존재할 수 있다. 성격을 구축할 때 배우는 극작가, 연출가, 다른 연기자와의 접촉, 그리고 희곡에 나타나는 등장인물에 관한 힌트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등장인물은 그 나름의 사고, 행동, 겉모습, 버릇, 경험, 취미 등을 지닌 한 인간이다. 작가에 의해 만들어지긴 했지만, 등장인물은 배우의 개인적 사상과 정서와 직관을 표현해야 한다. 물론 그 배우의 성질은 등장인물과 닮은 것이다. 배우의 개성과 등장인물의 개성이 서로 섞일 때 비로소 배우는 자기 역할?사는 것이다. 모든 새로운 희곡에서 새로운 개성을 만나게 됨으로써 배우는 끝없는 발견의 가능성을 갖는다. 관객의 주의를 끌어당기는 것은 내면의 세계이다. 만일 배우가 관객에게 푸슈칸이 말한 '정열의 진실'(thuth of passions)을 전달하려 한다면 배우는 '자기 자신에서부터 출발하라.'라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공식을 따라야 한다. 등장인물을 살아 있게 하려면 배우는 '자기 자신'을 버려서도 안 되고 버릴 수도 없다.  


배우는 자기 자신으로 남아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며 자신의 천성, 개성등을 성격 창조의 재료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서부터 출발하라.'라는 말은 딜레탕트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자기 자신을 나타내라는 뜻이 아니다. 이 말은 등장인물의 생각, 행동, 느낌을 분석하고 선택하지 않은 채 무대에 나가라는 뜻이 아니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만일 모든 역할, 모든 희곡 작가를 자기 자신에게 맞추려 한다면 큰일이다. 그것은 예술의 죽음을 의미한다. 모든 역을 자신에게 맞추고 자신의 매력에만 의존하느라고 등장인물화 또는 성격의 구현에 관심을 두지 않는 배우들, 특히 여배우들이 있다. 그런 식으로 그들은 성공을 한다. 그것이 없다면 그들은 머리카락을 잘린 삼손처럼 쓰러지고 만다. 배우가 오직 자신을 과시하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배우의 개인적 매력이 그의 파멸의 원인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자연스러움을 꾸며내기 위한 자연스러움은 도둑질보다 더 나쁘다. 배우는 자신을 역할에 맞추어야지 자기 자신에게 역할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자기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라.'라는 말은 등장인물의 행동의 논리를 세우기 위해 배우는 먼저 무엇이 일반적인가, 무엇이 자기의 행동 논리와 공통되는가를 찾아야 함을 의미한다. 항상 천진하게 자연스럽고 귀엽게 보이려 하는 배우는 연극 예술에 아무런 공헌을 하지 못한다. 배우 자신이 자연스러운 것은 등장인물로서 자연스러운 것과 다르다. 배우는 자기 예술의 목표를 알아야 한다. 그것은 역할의 구현(reincarnation)이다. 배우는 독특한 등장인물의 다양함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하고 역할의 본질을 발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면서도 무대 위에서 진지하고 진실한 자기 자신으로 남아야 한다.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역할의 구현에는 신비한 점이란 아무것도 없다. 신비한 변화는 없다. 배우가 등장인물의 진실한 행동을 성취했을 때, 배우의 행동이 말과 사고와 함께 섞여 짜여 있을 때, 주어진 성격의 모든 필요한 특성을 탐구하였을 때, 배우가 역할의 주어진 상황 속으로 들어가서 어디에서 자기 자신의 개성이 끝나며 어디서부터 등장인물의 개성이 시작되는지 분간하지 못할 만큼 역할의 상황에 익숙해질 때 역할의 완성도가 성취된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역할의 구현을 배우 예술의 최고봉이라고 간주했다. 성격의 창조는 연극 예술의 정수이다. 왜냐하면 극작가는 등장인물을 통해서 희곡의 주제를 펼치기 때문이다. 비록 직관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생각과 행동과 감정의 다양함을 지닌 성격의 구축은 직관의 작용에만 의존해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격 구축의 과정에서 배우는 가능한 모든 세부 묘사와 등장 인물의 성격적 특성을 수집해야 한다. 때로는 자신의 기억의 창고 속에서 그것들을 찾아내어 구체적 성격을 구축하는 데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배우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삶이라는 무궁한 원천으로부터 그것들을 취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배우는 각 등장인물마다 어울리는 전형적인 재료를 선택할 줄 알아야 하고 이를 사용해야 한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배우는 자기 주변의 삶으로부터, 자기가 알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심지어 길거리에서 보고 인상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자기의 창조를 위한 재료를 취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생의 끊임없는 변화와 수많은 얼굴들, 특징 있는 성격들, 고유한 의상들 등등 속에 그러나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자연과 삶 속에서 예를 찾아라."라고 미하일 쉬옙킨은 말했다. 괴테는 "현실에 대한 생생한 느낌과 이를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 시인을 낳는다."라고 말했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천재는 인생을 볼 줄 알고 이를 무대 위에서 재창조할 줄 아는 배우들이다."라고 말했다. 배우는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꼭 필요한 것만이 무대 위에서 살기 때문이다. 배우는 특정한 개성을 개별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세부 묘사만을 사용하여야 한다. 하나의 특징 있는 외적인 세부 묘사는 생각을 강조해 줄 수 있으며 때로는 모든 독백보다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 하나의 역할은 주위의 모든 사람, 모든 사물과 연관되어 있어야 한다. 배우는 다른 등장인물과 관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배우는 희곡에 포함된 모든 것에 대하여 자기가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야 하고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에 대하여 능동적이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배우는 자신이 연기로써 반영하려는 환경을 잘 알아야 한다. 배우는 등장인물의 형태를 연구해야 한다. 배우가 무엇을 연기하든 지간에 배우의 의상과 말과 움직임은 그가 묘사하려는 사람의 특징을 지녀야 한다. '못된 사람을 연기할 때,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찾아내라.'라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법칙은 등장인물의 색다른 측면을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그 사람의 못된 점을 더욱 날카롭게 해준다. 나쁜 점만을 나타내려고 하면 공연은 무겁고 둔탁해진다. 대사의 두 문장 사이에는 내면의 독백(inner monologue)이 있다. 이것은 숨겨져 있으나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다. 다른 배우에게 대답을 하기 전에 배우는 상대방의 태도를 속으로 판단해야 한다. 배우의 몸은 마음속으로 판단한 것을 표현해야 한다. 상대 배우의 대사, 생각, 행동은 어떤 대답을 할까를 생각하기 위한 재료이다. 배우가 생각을 하고 평가하고 욕구를 절제하고 이해하려 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려 할 때, 배우는 내면의 행동을 수행한다. 일상 생활에서 사람은 어떤 외적인 행동을 수행하기 전에 판단을 내린다. 배우의 집중을 위해서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의 배우는 등장인물이 하는 것처럼 심각하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불행하게도 때때로 배우들은 상대 배우의 말을 듣는다는 것을 단지 그를 쳐다보기만 하는 것으로 여기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배우들은 다른 배우가 대사를 하는 동안에는 쉬고 있다가 자기가 말을 해야 할 때만 살아나기도 한다. 한 배우가 말은 등장인물이 무대 위에서 계속 살아 있으려면 그는 다른 등장 인물이 말을 할 때 자신의 몸으로 표현되는 내면의 독백을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배우는 무대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에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반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침묵이나 사이(pause)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도 배우는 무대 위의 삶이 끊어지지 않도록 능동적인 사고로 그 순간들을 채워야 한다. 독백(monologue), 즉 소리 내어 생각하는 것은 등장인물의 생각, 느낌, 분위기를 표현한다. 독백을 할 때 배우는 사이에서 요구되는 내면의 생각으로 독백의 내용을 완성해야 한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삶은 끊임없는 투쟁이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는 삶에서처럼 행동의 논리에 반대되는 다른 사람, 사실, 상황, 사건들의 반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갈등과 투쟁은 흥미로운 충돌을 야기한다. 가치 있는 연극적 작업은 항상 다른 사람들 간의 투쟁을 바탕으로 한다. 관객은 투쟁의 과정에 빠져든다. 자신의 이해 관계가 환경과 마찰을 빚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를 표현하고 행동해야만 하게 된다. 배우는 등장인물이 가는 길에 놓여 있는 장애물을 발견하여야 하며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만일 누군가에게 말해야 하는 비밀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그것을 들을지 모른다거나, 또는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바람에 미처 비밀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러한 가상의, 그러나 논리적인 장애물은 등장인물이 목표를 좀더 생생하게 달성하도록 할 것이다. 모든 등장인물에게는 각자 투쟁의 주된 대상이 있다. 

 

                  


뮤지컬 코미디에는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데, 노래를 잘 부르고 춤을 잘 추고 말을 잘하며 보통 연극 배우들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격을 구축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하다. 공연의 양식이 경쾌하면 경쾌할수록 등장인물의 내면의 경험의 변화는 더 빠를 것이며 따라서 격렬할 것이다. 말에서 노래로, 춤으로 변화하는 것은 어렵고 숙련을 요구한다. 뮤지컬 코미디를 하는 배우들은 음악적이고 율동적이며 가볍게 움직이고 자신의 몸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할뿐더러 가장 개연성이 없는 상황에서도 모든 사건을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하며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쉽게 옮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극적인 장면과 춤이나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의 존재의 진실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배우는 등장인물의 논리를 가지고, 노래나 춤이 꼭 필요한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노래와 춤의 훈련에는 뚜렷한 행동이 포함되어야 한다. 합창에서, 연극의 군중 장면에서처럼 모든 공연자는 자신의 태도를 결정해야 하고 희곡의 사건과 다른 등장인물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알아야 한다. 위대한 연극인들의 상당수가, 고도로 훈련된 배우의 몸 동작이 그의 감정을 끌어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왔다. 배우의 감정을 끌어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되었던 메이어홀드의 '생체역할'(biomechanics)방법은, 비록 여전히 유용한 신체 훈련 방법이며 오늘날에도 러시아 연극학교에서 사용되고는 있지만, 결국 스타니슬라브스키를 실망시켰다. 델샤르트에 의해 주창된 또 다른 시스템인 '표현력 있는 움직임'(expressive movement)은 이미 보았듯이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시스템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시는 음악성과 운율적 아름다움이 드러나도록 낭송되어야 한다. 배우는 자기가 누구에게 그 시를 읊고 있으며 그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역할에 대한 작업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배우는 '두 번째 계획'에 대하여 알아야 하며 거기에 필요한 고양된 분위기 속에서 그 시를 읊는 것을 정당화해 줄 이미지의 흐름, 내면의 독백, 표현력 있는 신체를 갖추어야 한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태도를 조절하여야 한다. 그는 자기가 묘사하는 등장인물의 태도를 볼 줄 알아야 하며 필요하다면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신체적 행동의 방법은 배우에게, 무의식의 작용과 의식적 조절을 결합시킬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등장인물의 태도를 배우가 의식적으로 관찰하는 것은 공연의 질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배우에게 무대 위에서 자신의 태도를 끊임없이 의식적으로 조절할 것을 단호하게 요구하였다. 관객의 반응은 배우가 자신의 작업의 결과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때로는 즉석에서 잘못을 고치도록 해준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관객은 배우의 창조성을 반영하는 커다란 거울이다.……우리는 이 거울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무엇을 창조하였는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배우는 등장인물로서 행동하고 배우로서 들어야 한다.  


또한 이탈리아의 유명한 비극 배우인 톰마소 살비니(Tommaso Salvini, 1829~1916)는 "배우는 무대에서 살고 울고 웃지만, 결코 자신의 눈물과 웃음을 관찰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조절할 줄 모르는 배우는 무대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배우의 창조성을 '잠재의식'과 '무의식적' 노력의 표현이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배우들 사이에 있기 때문에, 의식적인 조절을 강조하는 위의 지적은 매우 중요하다. 스타니슬라브스키 시스템은 배우들이 맹목적이고 우연한 직관에 빠져드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시스템은 바로 최고도의 의식적 행위로서, 배우의 모든 심리신체적 기구들이 총동원되는 무의식적 행위는 배우 예술의 목표이며 스타니슬라브스키의 방법론을 통달한 배우에 의해 이룩된다. 의식적 행위에 대한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요구는 점점 더 커졌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배우의 창조성을 위한 이미 만들어진 결과들을 믿지 않았다. 그는 배우들에게, 등장인물의 행동의 논리를 주의깊게 연구하고 발전시킨 다음에 매 공연마다 살아 있는 유기적 과정을 새롭게 창조하라고 요구하였다. 배우는 어제의 공연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배우는 매일매일, 마치 그것이 무대에서 처음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새롭고 진실한 삶을 창조해야 한다. '오늘, 여기, 지금'이라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공식은 모든 공연을 다르게 만든다. 모든 몸짓, 억양, 얼굴 표정이 새로워지는 것이다. 어떤 배우들은 작고 아름다운 상투적 표현들을 사용할 것을 고집한다. 배우는 때때로, 이미 성공을 거둔 표현 방식들을 사용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는 그것이 자기의 작업을 쉽게 만들어 주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역할에게는 새롭고 찬란하기까지 한 표현 방식일지라도 다른 역할에게는 해를 끼치는 상투적 표현일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이미 성공한 것을 배제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반복과 싸울 때에만 배우는 매순간 자신의 진정한 개성 있는 창조성을 가져올 수 있다. 등장인물에 대한 작업을 하는 동안 배우는 전에 창조하였던 모든 역할을 잊어야 하며 매번 완전히 새로운 역할을 창조해야 한다. 역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자신의 행동에 관한 즉흥 연기뿐만 아니라 희곡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등장인물이 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도 즉흥 연기를 해야 한다. 희곡작가에 의해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등장인물이 할 수 있는 대사들을 즉흥 연기를 하면서 말해 본다. 배우는 집에서 생각, 행동, 이미지를 준비하여야 하는데 소리를 내지 말고 조용히 마음속으로만 해야 한다. 배우는 마음속으로 상대역을 보아야 하고 그가 말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 신체적 성격 묘사는 내면의 세계를 표현해야 하는데, 배우가 역할에 대한 작업을 해 감에 따라 점차 이루어진다. 외면적 특징들은 등장인물의 내면의 세계로 깊숙이 파고 들어간 결과물이다. 배우는 늙은이로서, 뚱뚱하거나 약한 사람으로서 앉거나 걷거나 옷을 입을 수 있어야 한다. 배우는 집에서 먹고 마시고 옷 입고 세수하고 읽는 모든 일상적 활동을 등장인물로서 연습해야 한다. 셰익스피어나 실러의 비극 등 다양한 희곡을 공연할 수 있는 능력, 즉 배우의 숙련은 배우의 내면과 외면의 기술의 결합에 달려 있다. 배우가 자신의 역할에 너무 일찍 분명한 틀을 지으려는 것은 위험하다. 배우는 한계에 도달하는 순간이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예술은 탐구이지 최종적인 형태가 아니다."라고 바흐탄고프는 말했다. 공연이 시작한 다음에라도 역할은 성장할 수 있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매 공연에서 창조적 태도를 갖기를 요구하였다. 배우는 연극이 시작하는 시각보다 훨씬 일찍 극장에서 와야 한다. 의상을 걸치고 분장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역할의 중요한 대목을 연습해야 한다. 배우는 내면을 재정리하여야 한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이를 배우의 '화장'이라고 불렀다. 무대를 보고 마음을 가다듬는 것은 배우와 무대 위의 사물들을 적절한 관계에 자리잡도록 해준다. 물건들이 왜 거기에 있는지를 아는 것은 배우를 편안하게 해 준다. 배우는 등장인물의 하루 전체의 행위를 알아야 하고 그가 등장하기 전에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배우는 무대에 나가기 1∼2분 전부터 연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가 등장할 순간을 향해 점차 논리적으로 움직여 간다. 배우는 항상 한 순간에 하나의 행동만을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