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타고나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열정인거 같아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연출과 / 최현철
♣ KBS 공채 성우에서 대입 수험생으로…
제가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 다녔었는데 전공이 저한테 잘 맞지가 않았어요. 게다가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휴학을 자주 하다보니 전공에 대한 흥미가 더 없어졌어요. 부모님들이 연세가 많으셔서 제가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었거든요. 자의 반, 타의 반 거의 학교를 못다니다시피 했죠. 그러다 군대도 늦게 가게 되고, 제대도 스물 일곱살에 했어요.
군대를 갔다오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제대를 해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어요. 전 여전히 집안의 가장이었고 바로 현실적인 문제들이 어깨를 짓눌렀죠.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연출공부를 해서 영화감독이 되는 거였지만 그런 사치스런 꿈을 꿀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어요. 다니던 학교에 복학을 할 상황도 아니었구요. 제 앞가림도 못하는데 가족들까지 책임져야 하니 정말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어요.
그러던 어느날 짝사랑하던 여자친구가 목소리가 좋으니까 성우를 한 번 해보는게 어떠냐고 하는 거예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야라 며칠을 고민했죠. 그런데 그 당시 저의 모든 고민들을 한방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제대하고 가장 부담이 됐던 게 부모님의 기대와 생계였거든요. 성우는 노부모님의 기대을 충족시켜 드릴 그럴듯한 명함이 될 수 있고, 공채가 되기만 하면 가족들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실, 그때 제가 가진 능력이 부모님이 주신 목소리 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없었어요. 스물 여덟살이 되던 해에 성우학원을 등록하고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죠. 하지만 성우시험을 준비한다고 해서 제 꿈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성우가 되서 어느 정도 현실적인 문제들이 해결되고 나면 그때 진짜 제가 하고 싶었던 영화를 해야겠다고 항상 마음먹고 있었죠. 그래도 어릴 때부터의 꿈인데 도전도 안해보고 끝낼 수는 없잖아요.
뜻하지 않게 시작한 성우공부는 재미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목소리만 믿고 시작을 했지만 점점 연기가 재미있었어요. 직접 라디오 드라마 대본을 써서 학원 친구들과 만들어 보기도 하고, 연극도 해봤어요. 성우 지망생들끼리 모여서 만드는 거라 전부 학예회 수준이었지만 성우공부를 하는데 많은 동기부여가 됐어요.
다행히 1년 8개월만에 KBS 공채 35기로 합격을 했죠.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굉장히 짧은 시간에 합격을 한거죠. 아마도 빨리 붙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면 그렇게 빨리 합격하지 못했을 거 같아요. 공채에 합격을 하고 나서는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컸어요. 성우들은 라디오 드라마를 주로 하니까 연기에 대한 흥미가 조금씩 떨어졌어요. 마이크 앞에서만 하는 연기가 답답하기도 하고… 라디오 드라마를 만드는 것도 관심을 가져봤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아 내기에 라디오란 매체는 너무 한계가 많은 거 같았어요. 그래서 역시 ‘내 길은 영화다’라고 생각하고 전속이 풀리자마자 바로 영화연출로 입시준비를 시작했죠.
♣ 생계와 주변의 시선 때문에 힘들었던 수험생활.
KBS 전속이 풀리고 나서 서른 한살에 다시 입시를 시작했는데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게 가장 힘들었어요. 일을 하고 남는 시간을 쪼개서 영화를 분석하기도 하고, 시나리오도 썼어요. 기출문제들을 보면서 글쓰기 연습도 했구요. 하지만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다 보니까 책임감 때문에 잡생각이 너무 많았어요. ‘공부에는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건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어져서가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공부에 전념할 수 없어서 나온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구나 우리같은 예체능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공부가 아니잖아요.
주변의 시선도 많이 불편했어요. 전속기간이 끝나자마자 영화를 하겠다고 하니까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았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꿈이 영화감독이었고, 그 꿈은 한번도 바뀐 적이 없어요. 남들이 들으면 너무 허황되다고 할 것 같아서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죠. 성우도 매력적인 직업이긴 한데 그보다 더 큰 꿈이 늘 가슴에 있었기 때문에 성우는 항상 제 꿈을 위한 징검다리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성우로 안될거 같으니까 다른 길을 알아보는거 아니냐, 집안도 어려운데 그 나이에 무슨 입시냐, 성우 열심히 해서 빨리 자리잡고 돈 벌 생각은 안하고 무슨 영화냐, 그럼, 성우는 왜 했냐… 등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너무 많았어요. 주변 사람들의 이런 부정적인 반응이 기분 좋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제 상황에서는 틀린 얘기들도 아니었죠. 전속이 풀린지 얼마되지 않아서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성우를 계속했다면 나중에 생길 성우 일들에 대한 공부나 준비는 되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당장 성우일을 하는 것이 제 인생을 위한 준비라는 생각은 들지가 않았어요.

♣ 한예종을 향한 실패와 도전 그리고 성공.
입시를 준비하면서 목표는 오직 한군데 밖에 없었어요. 한예종 영상원이었죠. 영상원이 최고의 학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꼭 그 이유 때문은 아니었어요. 제가 한예종을 선택한 첫번째 이유는 당연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어요. 저희 아버지가 국가유공자시라 제가 한예종에 입학할 경우에 등록금을 면제 받을 수가 있었어요. 두번째 이유는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다보니 공부할 시간이 정말 없었어요. 그래서 수능이 안들어가는 학교를 찾을 수 밖에 없었구요. 그러다보니 결국 갈 곳이 한예종 밖에 없더라구요.
하지만 역시 한예종은 쉬운 학교가 아니였어요. 첫해에 도전을 했다가 실패를 했죠. 1차를 합격하고 2차에 글쓰기 시험을 보러 갔는데 문제를 보니까 아무 생각이 안나는 거예요. 그냥 시험준비하면서 혼자 써봤던 글들을 짜집기하고 나왔죠. 개연성도 없고, 말도 안되는 글을 써놓고 온거죠. 처음 도전에서 실패는 했지만 낙심하거나 좌절하지는 않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재미있게 하다보면 분명히 실력은 나아질거고, 실력이 좋아지면 당연히 합격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이는 중요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나이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어차피 포기할 수 없는 꿈이라면 실패를 하던 성공을 하던 나이를 떠나서 미련없이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년에 두번째 도전을 할 때는 첫번째 도전에서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철저하게 준비를 했어요. 일단, 글을 쓸 때 선생님께 지적 받았던 부분들을 반복적으로 지적받지 않도록 노력했죠. 그리고 보다 창의적이고 개연성있는 글을 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 지원동기와 같은 제출서류들도 전부 다시 손을 보고, 면접도 예상문제를 뽑아서 실전처럼 연습을 했구요.
서른 두살에 새롭게 도전하는 입시가 즐겁기만 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솔직히 재미는 있었어요. 실력이 잘 늘지 않고, 선생님께 지적을 받아도 상황과 인물을 만들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독문과를 다닐 때나 성우를 할 때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첫해에는 붙어야겠다는 욕심으로 무작정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니까 즐겁고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진짜로 즐기지는 못했던 거죠. 역시 모든건 즐기면서 해야 결과가 좋은 거 같아요. 두번의 도전 끝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영화연출전공으로 당당히 합격을 했죠.
저는 올해 서른 세살의 늦깍이 대학 신입생이 되요. 좀 쑥스럽지만 어느 때보다 설레고 기대가 되요. 오랫동안 간직했던 꿈에 한 발 다가선 거 같아 너무 행복하구요. 작년 연말에는 KBS에서 만난 성우 동기와 결혼식을 올렸어요. 앞으로 책임질 일들이 더 많아지긴 했지만 든든한 지원군이 하나 생겼으니 더 열심히 해서 꼭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요.
♣ 나의 바람은 열정과 실력이 비례하는 것.
사람들은 흔히 재능은 타고나는 거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제 생각엔 재능보다 열정이 더 타고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재능은 부족하면 노력으로 메울 수 있지만 열정은 정말 타고 나야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열정과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결국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열정이 있고. 그 열정이 성실함으로 나타나서 성공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의 저의 바람도 제 열정과 실력이 비례하는 거예요.
올해 입시가 모두 끝이 났는데 고배를 마신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처럼 나이가 들어서 실패를 한 분들도 많이 계시겠죠. 하지만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마시고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갖길 바래요. 열정과 확신이 있다면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꼭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연출과 / 최현철
♣ KBS 공채 성우에서 대입 수험생으로…
제가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 다녔었는데 전공이 저한테 잘 맞지가 않았어요. 게다가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휴학을 자주 하다보니 전공에 대한 흥미가 더 없어졌어요. 부모님들이 연세가 많으셔서 제가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었거든요. 자의 반, 타의 반 거의 학교를 못다니다시피 했죠. 그러다 군대도 늦게 가게 되고, 제대도 스물 일곱살에 했어요.
군대를 갔다오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제대를 해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어요. 전 여전히 집안의 가장이었고 바로 현실적인 문제들이 어깨를 짓눌렀죠.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연출공부를 해서 영화감독이 되는 거였지만 그런 사치스런 꿈을 꿀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어요. 다니던 학교에 복학을 할 상황도 아니었구요. 제 앞가림도 못하는데 가족들까지 책임져야 하니 정말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어요.
그러던 어느날 짝사랑하던 여자친구가 목소리가 좋으니까 성우를 한 번 해보는게 어떠냐고 하는 거예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야라 며칠을 고민했죠. 그런데 그 당시 저의 모든 고민들을 한방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제대하고 가장 부담이 됐던 게 부모님의 기대와 생계였거든요. 성우는 노부모님의 기대을 충족시켜 드릴 그럴듯한 명함이 될 수 있고, 공채가 되기만 하면 가족들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실, 그때 제가 가진 능력이 부모님이 주신 목소리 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없었어요. 스물 여덟살이 되던 해에 성우학원을 등록하고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죠. 하지만 성우시험을 준비한다고 해서 제 꿈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성우가 되서 어느 정도 현실적인 문제들이 해결되고 나면 그때 진짜 제가 하고 싶었던 영화를 해야겠다고 항상 마음먹고 있었죠. 그래도 어릴 때부터의 꿈인데 도전도 안해보고 끝낼 수는 없잖아요.
뜻하지 않게 시작한 성우공부는 재미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목소리만 믿고 시작을 했지만 점점 연기가 재미있었어요. 직접 라디오 드라마 대본을 써서 학원 친구들과 만들어 보기도 하고, 연극도 해봤어요. 성우 지망생들끼리 모여서 만드는 거라 전부 학예회 수준이었지만 성우공부를 하는데 많은 동기부여가 됐어요.
다행히 1년 8개월만에 KBS 공채 35기로 합격을 했죠.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굉장히 짧은 시간에 합격을 한거죠. 아마도 빨리 붙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면 그렇게 빨리 합격하지 못했을 거 같아요. 공채에 합격을 하고 나서는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컸어요. 성우들은 라디오 드라마를 주로 하니까 연기에 대한 흥미가 조금씩 떨어졌어요. 마이크 앞에서만 하는 연기가 답답하기도 하고… 라디오 드라마를 만드는 것도 관심을 가져봤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아 내기에 라디오란 매체는 너무 한계가 많은 거 같았어요. 그래서 역시 ‘내 길은 영화다’라고 생각하고 전속이 풀리자마자 바로 영화연출로 입시준비를 시작했죠.
♣ 생계와 주변의 시선 때문에 힘들었던 수험생활.
KBS 전속이 풀리고 나서 서른 한살에 다시 입시를 시작했는데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게 가장 힘들었어요. 일을 하고 남는 시간을 쪼개서 영화를 분석하기도 하고, 시나리오도 썼어요. 기출문제들을 보면서 글쓰기 연습도 했구요. 하지만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다 보니까 책임감 때문에 잡생각이 너무 많았어요. ‘공부에는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건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어져서가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공부에 전념할 수 없어서 나온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구나 우리같은 예체능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공부가 아니잖아요.
주변의 시선도 많이 불편했어요. 전속기간이 끝나자마자 영화를 하겠다고 하니까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았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꿈이 영화감독이었고, 그 꿈은 한번도 바뀐 적이 없어요. 남들이 들으면 너무 허황되다고 할 것 같아서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죠. 성우도 매력적인 직업이긴 한데 그보다 더 큰 꿈이 늘 가슴에 있었기 때문에 성우는 항상 제 꿈을 위한 징검다리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성우로 안될거 같으니까 다른 길을 알아보는거 아니냐, 집안도 어려운데 그 나이에 무슨 입시냐, 성우 열심히 해서 빨리 자리잡고 돈 벌 생각은 안하고 무슨 영화냐, 그럼, 성우는 왜 했냐… 등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너무 많았어요. 주변 사람들의 이런 부정적인 반응이 기분 좋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제 상황에서는 틀린 얘기들도 아니었죠. 전속이 풀린지 얼마되지 않아서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성우를 계속했다면 나중에 생길 성우 일들에 대한 공부나 준비는 되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당장 성우일을 하는 것이 제 인생을 위한 준비라는 생각은 들지가 않았어요.
♣ 한예종을 향한 실패와 도전 그리고 성공.
입시를 준비하면서 목표는 오직 한군데 밖에 없었어요. 한예종 영상원이었죠. 영상원이 최고의 학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꼭 그 이유 때문은 아니었어요. 제가 한예종을 선택한 첫번째 이유는 당연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어요. 저희 아버지가 국가유공자시라 제가 한예종에 입학할 경우에 등록금을 면제 받을 수가 있었어요. 두번째 이유는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다보니 공부할 시간이 정말 없었어요. 그래서 수능이 안들어가는 학교를 찾을 수 밖에 없었구요. 그러다보니 결국 갈 곳이 한예종 밖에 없더라구요.
하지만 역시 한예종은 쉬운 학교가 아니였어요. 첫해에 도전을 했다가 실패를 했죠. 1차를 합격하고 2차에 글쓰기 시험을 보러 갔는데 문제를 보니까 아무 생각이 안나는 거예요. 그냥 시험준비하면서 혼자 써봤던 글들을 짜집기하고 나왔죠. 개연성도 없고, 말도 안되는 글을 써놓고 온거죠. 처음 도전에서 실패는 했지만 낙심하거나 좌절하지는 않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재미있게 하다보면 분명히 실력은 나아질거고, 실력이 좋아지면 당연히 합격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이는 중요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나이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어차피 포기할 수 없는 꿈이라면 실패를 하던 성공을 하던 나이를 떠나서 미련없이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년에 두번째 도전을 할 때는 첫번째 도전에서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철저하게 준비를 했어요. 일단, 글을 쓸 때 선생님께 지적 받았던 부분들을 반복적으로 지적받지 않도록 노력했죠. 그리고 보다 창의적이고 개연성있는 글을 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 지원동기와 같은 제출서류들도 전부 다시 손을 보고, 면접도 예상문제를 뽑아서 실전처럼 연습을 했구요.
서른 두살에 새롭게 도전하는 입시가 즐겁기만 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솔직히 재미는 있었어요. 실력이 잘 늘지 않고, 선생님께 지적을 받아도 상황과 인물을 만들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독문과를 다닐 때나 성우를 할 때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첫해에는 붙어야겠다는 욕심으로 무작정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니까 즐겁고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진짜로 즐기지는 못했던 거죠. 역시 모든건 즐기면서 해야 결과가 좋은 거 같아요. 두번의 도전 끝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영화연출전공으로 당당히 합격을 했죠.
저는 올해 서른 세살의 늦깍이 대학 신입생이 되요. 좀 쑥스럽지만 어느 때보다 설레고 기대가 되요. 오랫동안 간직했던 꿈에 한 발 다가선 거 같아 너무 행복하구요. 작년 연말에는 KBS에서 만난 성우 동기와 결혼식을 올렸어요. 앞으로 책임질 일들이 더 많아지긴 했지만 든든한 지원군이 하나 생겼으니 더 열심히 해서 꼭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요.
♣ 나의 바람은 열정과 실력이 비례하는 것.
사람들은 흔히 재능은 타고나는 거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제 생각엔 재능보다 열정이 더 타고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재능은 부족하면 노력으로 메울 수 있지만 열정은 정말 타고 나야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열정과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결국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열정이 있고. 그 열정이 성실함으로 나타나서 성공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의 저의 바람도 제 열정과 실력이 비례하는 거예요.
올해 입시가 모두 끝이 났는데 고배를 마신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처럼 나이가 들어서 실패를 한 분들도 많이 계시겠죠. 하지만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마시고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갖길 바래요. 열정과 확신이 있다면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꼭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