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작품은 없다.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연극영화과 입시생들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자유연기나 특기작품을 정할 때다. 각각의 학생들에게 어울릴만한 대본이나 노래를 찾는 일은 어느 선생님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학생들에게 작품을 나눠주다 보면 당연히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생기기 마련이고, 몇 번씩 작품을 바꿔줘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작품을 선정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본인이 하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를 물어보게 된다. 다행히 학생들 중에 하고 싶은 작품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선생님들은 그만큼 어깨가 가벼워진다. 하지만 문제는 하고 싶은 작품도 없고, 알고 있는 작품도 많지 않은 학생들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대본이나 노래가 없는 학생들은 사실 선생님이 어떤 작품을 줘도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선생님이 주신 작품을 몇 번 해봐도 금방 느낌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왠지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신에게 더 잘 어울릴 만한 다른 작품이 있을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반면에, 자기가 하고 싶은 작품이 있는 학생들은 아무리 그 작품이 어렵고, 처음부터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끝까지 노력해서 완성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의 얼굴에서는 자신이 평소에 꼭 해보고 싶었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와 열정이 넘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를 너무도 잘아는 작가가, 나를 위해, 나만의 작품을 써놓은게 아니라면 나에게 꼭 맞는 작품이란 없다. 처음부터 나한테 맞는 작품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대본 껴안은 수 천 번의 발걸음과 수 많은 고뇌의 가지를 쳐내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절대 자신을 만들어준 배우의 땀과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실제로 연영과 입시에서도 자신이 평소에 하고 싶은 작품을 끝까지 만든 학생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연영과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만약,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느 팀을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아무런 대답을 못한다면 아무도 그 사람이 진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평생 연기를 하고 싶어서 배우가 되겠다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작품이나 하고 싶은 역할이 하나도 없다면 절대 연기를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주는 작품을 하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만약,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낳고 싶다면 연기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 많은 작품을 보고 읽어야 한다. 연기에 관련된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작품과 작가, 배우, 연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작품, 하고 싶은 역할, 닮고 싶은 배우가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연기에 열정과 즐거움이 생기게 되고 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 살아있는 연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연영과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올해 입시를 보기 전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 좋아하는 노래, 해보고 싶은 역할 하나쯤은 꼭 마음속에 생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