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처음 도전하는 학생이었고, 연기경력도 한달정도라서 다른분들에 비해 경험이 다소 적지만 그래도 도움되시길 바라 후기 남깁니다!
우선 한양대에서는 대기실을 총 3개로 나누더라구요. 1차 대기실은 정말 수험표확인과 신분증확인, 그리고 출석체크를 하는 곳이었어요. 간단한 목풀기와 몸풀기가 가능했고, 소리내서 준비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2차 대기실에서는 개인적인 준비 시간(몸풀기, 목풀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정말 짧게만 줬고, 바로 15분 제시대사 대본을 건네줬었어요. 15분 후에는 전부 다 수거하셨고 바로 3차 대기실로 이동했습니다. 3차 대기실은 정말로 무대 올라가기 직전에 대기하는 곳이라 큰 소리를 낼 수 없는 곳이었고, 모두 모인 후 대기번호를 상자에서 추첨해서 그 순으로 무대 올라갔었어요.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활기찼어요. 실기 진행 도와주시던 선배님들도 되게 친절하고 열성적이셨어요. 심지어 제가 2차 대기실에서 스트렙실을 먹다가 뱉고 싶어 휴지를 부탁드렸었는데, 그 휴지도 직접 버려주시겠다고 하실만큼요. 화장실도 진행도와주시는 분들 따라 한줄로 서서 다녀왔었는데 중간중간 골목에서 선배님들이 서서 실기생들 독려해주시고, ㅇㅇ뮤지컬 본사람! 하시면서 에너지를 주시더라구요. 그리고 참고로 화장실은 1차 대기실과 2차 대기실에서만 선배님의 인솔 아래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실기 볼 고사장도 1차 대기실에서 수험표 확인 후 알려주십니다. (A,B,C 고사장 중에서 학교가 임의로 배정해주는 방식)
저는 생각보다 실기가 짧게 끝났었어요. 질문도 2개 정도만 받았습니다. 그리고 엄청 추웠어요. 아침에 집에서 준비하고 나올 때 입시복 위에 옷을 좀 더 껴입었었는데, 그 껴입은 옷을 1차 대기실에서 다 탈의하라 하셨어서 대기실을 옮겨다닐 땐 정말 추웠어요. 만약 입시 보시는 날에 한파가 의심된다면, 사실 의심이랄것도 없이 실기가 겨울이라면 꼭꼭꼭 겹옷 입고 가세요. 가서 벗더라도 가는 길만큼은 따뜻해야 가서 좀 춥더라도 버틸만 하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한양대 연극영화과만 원서를 넣어서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 몇자 조금 더 적어보자면, 실기를 준비하는 기간동안 짧은 기간 안에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 것이 정말로 쉽지 않은 일임을 여러번 느꼈었어요. 무의식중에 자꾸 붙어야만 한다는 욕심이 생기고 강박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생기는지, 저도 모르게 연기가 과해지거나 아님 너무 연기하려고 애쓰는 무언가를 하게 되더라구요. 사실 저같은 경우는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연극이나 뮤지컬 동아리를 했어서 연기를 처음하는건 아니었어요. 전문적으로 배운 건 한달이었지만, 분명 좋아했던 일이고 평소 즐겁게 했던 일이었는데도 마음이 급해지니 행동에 조급함이 묻어나더라구요. 원장님께선 항상 말씀하셨어요. "즐겨야 한다, 자신감이 넘쳐야 한다, 너희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보여줘라." 물론 조급함을 내려놓는건 마지막까지 쉽진 않았어요. 그래도 그걸 조금이라도 버려보려고 혼자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고민이 "난 누구지"였어요. 거창한게 아니고 정말 내가 누구고 내가 무슨 이미지고 내가 어떤 성격이고 난 뭘 잘하고 난 뭘 좋아하고 난 어떤 매력이 있는지를 고민해봤었어요. 즐기려면 자신감이 넘치려면 내 매력을 발산하려면 일단 "나"를 정립해야 뭐라도 되겠다 싶더라구요. 사실 그동안 일반 대학 입시를 하면서 실패를 많이 경험했었어요. 항상 도전하면 뭐든 성공했던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했던 실패였어요. 그리고 그 실패기간이 꽤 오래 지속되더라구요. 자만감도, 자신감도 긍정적인 감정도 부정적인 감정도 다 죽어버린 것만 같은? 전 되게 이유를 알 수 없을만큼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의욕없어했었거든요. 이런 저 스스로가 너무 싫고 원망스러울만큼 저자신을 이해하질 못하겠더라구요. 드디어 내가 미쳤나 싶었던, 그야말로 고철덩어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일 때 연기를 시작했었어요. 최고로 감수성 없고, 최고로 날 모르겠을 때 연기를 하게 된거에요.
[가장 최고의 연기는 연기를 하지 않는 것, 모든 연기의 시작은 결국 '나'로 시작되는 것, 모든 연기는 무수히 많은 즉흥으로 이뤄지는 것, 감정은 어떤 원인으로 인해 그 결과로 발생하는 아주 논리적인 것, 그냥이라는 연기는 존재하지 않는 것, 참된 연기는 굳이 내 상태를 말하지 않고 서있기만 하더라도 그 감정이 느껴지는 것, 누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내가 무슨 상태인지 이 공간은 어디인지 느끼는 것, 결국 상대를 설득해내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는 것] 등 원장님께선 제가 한달 배웠다곤 믿을 수 없는 깊이의 연기를 가르쳐주셨었어요. 원장님께 연기를 배우면서 더 확신을 가졌어요. '아 결국은 연기를 통해 내 내면을 내가 평소 가지고 있는 마인드를 꿰뚫어보고 내가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겠다는 거구나'싶더라구요. 내가 연기를 할 때 내 성향과 내 마음이 발가벗겨진 것처럼 그대로 보이는 구나, 그럼 우선 내 내면이 건강해져야 되겠다, 그럼 그게 진짜 연기를 잘하는 방법이겠다 싶었어요. 연기는 정말 어렵지만 어떻게 보면 어렵지 않은 것이었어요. 내가 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모습, 겉모습만 자꾸 연기해내려는건 참된 연기가 아니라 그저 흉내일 뿐인거죠. 그건 죽은 연기인거에요. 모든 연기는 '나'로 시작되어 '나'로 귀결되는 예술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나'라는 사람을 정말 완벽히 아는 것에서 시작해야만 하는 예술인거에요. 그치만 그렇게 한다는게 어려운거죠. 말은 쉽지만요. 그 뒤로부터 매일 고민했어요. 일상속에서 불현듯 화가 나면 "어 내가 왜 화가 난걸까, 어떤 점이 날 화나게 했을까" 생각해보고, 행복한 마음이 들면 거울부터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 살펴봤어요. 제 일상 속에서 '감정의 원인'을 찾고 '나의 상태'를 찾으려 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준비하면서 전 부쩍 저 자신과 많이 친해졌어요. 자신감도 찾고 행복도 찾았고, 제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제가 뭘 할때 행복한지 제가 왜 한없이 우울하기만 했는지 점차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나도 모르겠는 답답한 내 감정과 내 상태가 조금은 이해가 되고 보였달까요. 연기를 하면서 행복함을 느낀건 제 진심이었어요. 입시에 관계없이 근 몇년동안 가장 소중했던 한달이었습니다. 아마 잊지 못할거에요.
저는 원장님께 단순 연기만 배우지 않았습니다. 연기를 명분으로 진정한 가치관을 배웠어요. 원장님은 매일 가장 소중한 걸 가르쳐주셨습니다. 원장님의 연기시범은 그냥 박수가 나와요. 그리고 원장님보다 연기를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은 생각은 정말 수백번은 한 것 같아요. 이렇게 입시에 누구보다도 전문적이시고 연기도 누구보다 뛰어난 박사학위의 교수님이시면서도, 원장님은 늘 학생들에게 현실적이고 솔직하셨습니다. 학생이 들으면 기분 좋을 말 따위는 삼가셨고 항상 이성적으로 따끔한 조언을 해주시고, 세상 단호하셨지만 그게 결국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돌아왔어요. 입시를 예체능 시험이 아닌 예술로 보시는 참된 교육자세요. 만약 우리 학원을 다니신다면 연기는 물론이지만 그 이상을 배우게 될거에요. 저도 학원이라는 학원은 다양한 종류로 많이 다녀봤지만, 학원은 학원만의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지 않나요? 입시만 가르치고 약간 절로 획일화 되는 것같은 기분. 나중엔 그냥 기계같이 학원 가고 집오고 하지 않나요. 근데 신기하게도 제가 원장님께 연기 배울땐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싶고 더 연기하고 싶고 더 합격하고 싶고 더 날아가고싶은 강한 욕구가 들었었어요. 제가 원장님께 여쭤보면 아마 원장님께선 '난 연기만 가르쳤다'라고 하실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 '제가 잘되길 바라는' 원장님의 진심과 '제가 꿈을 계속 좇으며 용기내 살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 그게 저한테 느껴졌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보통 연기학원에서 가르치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기계적인 연기스킬들은 결국 실기장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연기방식이에요. 그 정도 수준의 얄팍하고 얕은 연기 수준으로는 감히 합격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임을 몸소 느꼈어요. 연극영화과 교수님들이 절대 바보가 아니시거든요. '슬프게만 보이길 바라는' 가짜는 전문가의 눈에 보이기 마련이죠. 특히 대기실에서 실기생 모두가 똑같은 연기를 하고 있는걸 보며 더 느꼈습니다. 결국 실기장에서 심사하시는 것도 원장님과 같은 교수님들이세요. 교수님들께서 뭘 보고싶으신건지, 나는 어떤 연기를 해야만하는지, 무엇이 잘못된 연기인지를 분명히 알고 준비해야 합격했다는 착각이 아닌 확신이 들지 않을까요. 저도 하루하루가 소중한 입시 기간에, 이런 현명한 판단만이 살길이었습니다.
이 후기가 제 작별이자, 감사이자, 시작이자, 다른 분들을 향한 격려라 말이 길어졌지만 전 한달동안 진심으로 황액터스를 사랑했습니다. 연극영화과를 꿈꾸시는 많은 분들께 이 글이 어떻게 느껴지실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익명의 힘을 빌려 제 마음을 써내려가니 저도 마음이 산뜻하고 몽글몽글하네요. 모쪼록 제 올해 한양대 실기절차후기가 도움 되시길 바라며. 또 한편으로는 제 글 속에서 황액터스의 힘을 느껴주시길. 저도 느낀 전율과 행복, 많은 입시생 분들도 제 스승님이신 원장님과 함께하며 느끼시길 바라는 이 간절한 마음으로 이만 줄입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저는 올해 처음 도전하는 학생이었고, 연기경력도 한달정도라서 다른분들에 비해 경험이 다소 적지만 그래도 도움되시길 바라 후기 남깁니다!
우선 한양대에서는 대기실을 총 3개로 나누더라구요. 1차 대기실은 정말 수험표확인과 신분증확인, 그리고 출석체크를 하는 곳이었어요. 간단한 목풀기와 몸풀기가 가능했고, 소리내서 준비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2차 대기실에서는 개인적인 준비 시간(몸풀기, 목풀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정말 짧게만 줬고, 바로 15분 제시대사 대본을 건네줬었어요. 15분 후에는 전부 다 수거하셨고 바로 3차 대기실로 이동했습니다. 3차 대기실은 정말로 무대 올라가기 직전에 대기하는 곳이라 큰 소리를 낼 수 없는 곳이었고, 모두 모인 후 대기번호를 상자에서 추첨해서 그 순으로 무대 올라갔었어요.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활기찼어요. 실기 진행 도와주시던 선배님들도 되게 친절하고 열성적이셨어요. 심지어 제가 2차 대기실에서 스트렙실을 먹다가 뱉고 싶어 휴지를 부탁드렸었는데, 그 휴지도 직접 버려주시겠다고 하실만큼요. 화장실도 진행도와주시는 분들 따라 한줄로 서서 다녀왔었는데 중간중간 골목에서 선배님들이 서서 실기생들 독려해주시고, ㅇㅇ뮤지컬 본사람! 하시면서 에너지를 주시더라구요. 그리고 참고로 화장실은 1차 대기실과 2차 대기실에서만 선배님의 인솔 아래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실기 볼 고사장도 1차 대기실에서 수험표 확인 후 알려주십니다. (A,B,C 고사장 중에서 학교가 임의로 배정해주는 방식)
저는 생각보다 실기가 짧게 끝났었어요. 질문도 2개 정도만 받았습니다. 그리고 엄청 추웠어요. 아침에 집에서 준비하고 나올 때 입시복 위에 옷을 좀 더 껴입었었는데, 그 껴입은 옷을 1차 대기실에서 다 탈의하라 하셨어서 대기실을 옮겨다닐 땐 정말 추웠어요. 만약 입시 보시는 날에 한파가 의심된다면, 사실 의심이랄것도 없이 실기가 겨울이라면 꼭꼭꼭 겹옷 입고 가세요. 가서 벗더라도 가는 길만큼은 따뜻해야 가서 좀 춥더라도 버틸만 하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한양대 연극영화과만 원서를 넣어서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 몇자 조금 더 적어보자면, 실기를 준비하는 기간동안 짧은 기간 안에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 것이 정말로 쉽지 않은 일임을 여러번 느꼈었어요. 무의식중에 자꾸 붙어야만 한다는 욕심이 생기고 강박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생기는지, 저도 모르게 연기가 과해지거나 아님 너무 연기하려고 애쓰는 무언가를 하게 되더라구요. 사실 저같은 경우는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연극이나 뮤지컬 동아리를 했어서 연기를 처음하는건 아니었어요. 전문적으로 배운 건 한달이었지만, 분명 좋아했던 일이고 평소 즐겁게 했던 일이었는데도 마음이 급해지니 행동에 조급함이 묻어나더라구요. 원장님께선 항상 말씀하셨어요. "즐겨야 한다, 자신감이 넘쳐야 한다, 너희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보여줘라." 물론 조급함을 내려놓는건 마지막까지 쉽진 않았어요. 그래도 그걸 조금이라도 버려보려고 혼자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고민이 "난 누구지"였어요. 거창한게 아니고 정말 내가 누구고 내가 무슨 이미지고 내가 어떤 성격이고 난 뭘 잘하고 난 뭘 좋아하고 난 어떤 매력이 있는지를 고민해봤었어요. 즐기려면 자신감이 넘치려면 내 매력을 발산하려면 일단 "나"를 정립해야 뭐라도 되겠다 싶더라구요. 사실 그동안 일반 대학 입시를 하면서 실패를 많이 경험했었어요. 항상 도전하면 뭐든 성공했던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했던 실패였어요. 그리고 그 실패기간이 꽤 오래 지속되더라구요. 자만감도, 자신감도 긍정적인 감정도 부정적인 감정도 다 죽어버린 것만 같은? 전 되게 이유를 알 수 없을만큼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의욕없어했었거든요. 이런 저 스스로가 너무 싫고 원망스러울만큼 저자신을 이해하질 못하겠더라구요. 드디어 내가 미쳤나 싶었던, 그야말로 고철덩어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일 때 연기를 시작했었어요. 최고로 감수성 없고, 최고로 날 모르겠을 때 연기를 하게 된거에요.
[가장 최고의 연기는 연기를 하지 않는 것, 모든 연기의 시작은 결국 '나'로 시작되는 것, 모든 연기는 무수히 많은 즉흥으로 이뤄지는 것, 감정은 어떤 원인으로 인해 그 결과로 발생하는 아주 논리적인 것, 그냥이라는 연기는 존재하지 않는 것, 참된 연기는 굳이 내 상태를 말하지 않고 서있기만 하더라도 그 감정이 느껴지는 것, 누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내가 무슨 상태인지 이 공간은 어디인지 느끼는 것, 결국 상대를 설득해내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는 것] 등 원장님께선 제가 한달 배웠다곤 믿을 수 없는 깊이의 연기를 가르쳐주셨었어요. 원장님께 연기를 배우면서 더 확신을 가졌어요. '아 결국은 연기를 통해 내 내면을 내가 평소 가지고 있는 마인드를 꿰뚫어보고 내가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겠다는 거구나'싶더라구요. 내가 연기를 할 때 내 성향과 내 마음이 발가벗겨진 것처럼 그대로 보이는 구나, 그럼 우선 내 내면이 건강해져야 되겠다, 그럼 그게 진짜 연기를 잘하는 방법이겠다 싶었어요. 연기는 정말 어렵지만 어떻게 보면 어렵지 않은 것이었어요. 내가 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모습, 겉모습만 자꾸 연기해내려는건 참된 연기가 아니라 그저 흉내일 뿐인거죠. 그건 죽은 연기인거에요. 모든 연기는 '나'로 시작되어 '나'로 귀결되는 예술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나'라는 사람을 정말 완벽히 아는 것에서 시작해야만 하는 예술인거에요. 그치만 그렇게 한다는게 어려운거죠. 말은 쉽지만요. 그 뒤로부터 매일 고민했어요. 일상속에서 불현듯 화가 나면 "어 내가 왜 화가 난걸까, 어떤 점이 날 화나게 했을까" 생각해보고, 행복한 마음이 들면 거울부터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 살펴봤어요. 제 일상 속에서 '감정의 원인'을 찾고 '나의 상태'를 찾으려 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준비하면서 전 부쩍 저 자신과 많이 친해졌어요. 자신감도 찾고 행복도 찾았고, 제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제가 뭘 할때 행복한지 제가 왜 한없이 우울하기만 했는지 점차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나도 모르겠는 답답한 내 감정과 내 상태가 조금은 이해가 되고 보였달까요. 연기를 하면서 행복함을 느낀건 제 진심이었어요. 입시에 관계없이 근 몇년동안 가장 소중했던 한달이었습니다. 아마 잊지 못할거에요.
저는 원장님께 단순 연기만 배우지 않았습니다. 연기를 명분으로 진정한 가치관을 배웠어요. 원장님은 매일 가장 소중한 걸 가르쳐주셨습니다. 원장님의 연기시범은 그냥 박수가 나와요. 그리고 원장님보다 연기를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은 생각은 정말 수백번은 한 것 같아요. 이렇게 입시에 누구보다도 전문적이시고 연기도 누구보다 뛰어난 박사학위의 교수님이시면서도, 원장님은 늘 학생들에게 현실적이고 솔직하셨습니다. 학생이 들으면 기분 좋을 말 따위는 삼가셨고 항상 이성적으로 따끔한 조언을 해주시고, 세상 단호하셨지만 그게 결국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돌아왔어요. 입시를 예체능 시험이 아닌 예술로 보시는 참된 교육자세요. 만약 우리 학원을 다니신다면 연기는 물론이지만 그 이상을 배우게 될거에요. 저도 학원이라는 학원은 다양한 종류로 많이 다녀봤지만, 학원은 학원만의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지 않나요? 입시만 가르치고 약간 절로 획일화 되는 것같은 기분. 나중엔 그냥 기계같이 학원 가고 집오고 하지 않나요. 근데 신기하게도 제가 원장님께 연기 배울땐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싶고 더 연기하고 싶고 더 합격하고 싶고 더 날아가고싶은 강한 욕구가 들었었어요. 제가 원장님께 여쭤보면 아마 원장님께선 '난 연기만 가르쳤다'라고 하실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 '제가 잘되길 바라는' 원장님의 진심과 '제가 꿈을 계속 좇으며 용기내 살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 그게 저한테 느껴졌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보통 연기학원에서 가르치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기계적인 연기스킬들은 결국 실기장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연기방식이에요. 그 정도 수준의 얄팍하고 얕은 연기 수준으로는 감히 합격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임을 몸소 느꼈어요. 연극영화과 교수님들이 절대 바보가 아니시거든요. '슬프게만 보이길 바라는' 가짜는 전문가의 눈에 보이기 마련이죠. 특히 대기실에서 실기생 모두가 똑같은 연기를 하고 있는걸 보며 더 느꼈습니다. 결국 실기장에서 심사하시는 것도 원장님과 같은 교수님들이세요. 교수님들께서 뭘 보고싶으신건지, 나는 어떤 연기를 해야만하는지, 무엇이 잘못된 연기인지를 분명히 알고 준비해야 합격했다는 착각이 아닌 확신이 들지 않을까요. 저도 하루하루가 소중한 입시 기간에, 이런 현명한 판단만이 살길이었습니다.
이 후기가 제 작별이자, 감사이자, 시작이자, 다른 분들을 향한 격려라 말이 길어졌지만 전 한달동안 진심으로 황액터스를 사랑했습니다. 연극영화과를 꿈꾸시는 많은 분들께 이 글이 어떻게 느껴지실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익명의 힘을 빌려 제 마음을 써내려가니 저도 마음이 산뜻하고 몽글몽글하네요. 모쪼록 제 올해 한양대 실기절차후기가 도움 되시길 바라며. 또 한편으로는 제 글 속에서 황액터스의 힘을 느껴주시길. 저도 느낀 전율과 행복, 많은 입시생 분들도 제 스승님이신 원장님과 함께하며 느끼시길 바라는 이 간절한 마음으로 이만 줄입니다. 모두 행복하세요!